어느날 70대 남성이 쓰레기 처리 문제로 싸우다 폭행을 당했다며 이웃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한 택시기사는 운행도중 승객이 조수석 문을 갑자기 열어 사고가 날 뻔 했다며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신고는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무고.
말 그대로, 잘못 없는 사람이 처벌받도록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이 무고죄, '단순한 거짓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범죄입니다.
Q1. 자신을 치료한 치과의사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에게 법원이 오히려 '무고죄'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서른살인 이 여성, 자신이 다니던 치과병원 의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지난 2019년 12월,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의사가 진료도중 신체부위를 만졌다고 주장했는데, 하지만 1심 법원은 "허위사실을 신고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오히려 이 여성에게 '무고 혐의'를 적용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여성의 무고로 인해 치과의사는 강제추행범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Q2. 여성이 먼저 치과의사를 고소했는데, 법원에선 어떻게 '무고' 판단을 내린 거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의심할만한 부분이 포착된 겁니다.
해당 여성은 2014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 병원을 다녔고, 2017년 여름쯤, 그리고 2019년 11월, 2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엔 단 한차례도 성추행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해당 병원에선 의사 옆에 치위생사나 간호사가 항시 대기하고 있어서 환자와 의사 단둘이 있을 시간이 없다는, 병원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나 이 여성이 해당 의사 말고도 다른 의사들을 같은 혐의로 고소한 적이 있지만, 모두 '각하'나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는 사실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서 "병원비를 환불받기 위해 여성이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Q3. 실형이 선고됐으면, 이 여성은 지금은 구속 상태인가요?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2심과 3심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불구속 재판을 받도록 한 건데, 만약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형이 유지될 경우 구속수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엔 '무고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이 법정에서 구속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귀던 직장상사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는데, 회사에는 해당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겁니다.
그런데 이 여성, 회사 내에서 "남자관계가 복잡하고, 남자관계를 이용해서 일처리를 한다"는 소문이 돌자 해당 남성이 소문을 냈다고 지레짐작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4. 그런데, 이렇게 무고죄로 실제 처벌을 받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면서요?
맞습니다.
무고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는 사건은 매년 늘어서 2019년엔 1만 건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재판으로 넘겨지는 사례는 100건 중에 3~4건에 불과한데요,
전문가는 자신과 관련한 성 관련 사건이 바깥으로 알려지는 것 자체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인권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민경철 / 변호사(검사 출신)]
"2차 피해나 (성범죄 신고) 여성의 인권 때문에 무고죄 자체가 검토되는 비율이 옛날에 비해서 현격하게 낮아졌어요. 사실상 성범죄 사건에서 무혐의가 나더라도 검사들이 무고 판단을 하긴 하지만 형식적으로 흘러가고 있거든요."
현행법상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돼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법적 형량 자체는 낮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처벌수위는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무고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습니다.
[박형철 / 당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지난 2018년)]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형량을 높이기보다는 억울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려서 처벌받지 않도록, 악의적인 무고사범은 그에 상당하는 형을 받도록 수사를 잘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아니면 말고식' 고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무고죄의 처벌수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